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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봤습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에도 관심이 있고, 미디어의 변화에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를 다루는 책을 자주 보는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는 두 명인데 한 명만 보자면, 로버트 킨슬(Robert Kyncl)입니다. YES24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유튜브의 콘텐츠, 광고, 영업, 마케팅, 크리에이터 운영 전반에 걸친 사업을 책임지는 CBO(Chief Business Officer)이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대해서 배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유튜브가 미디어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주 내용은 유튜브에서 어떤 채널이 인기가 있고, 어떤 장점이 있어 1위 플랫폼으로 성장했는지, 유튜브가 어떤 긍정적 영향을 가져왔는지 등등 유튜브 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것들은 과감하게 스킵했습니다. 물론 제가 원하는 내용도 있었고, 꼼꼼하게 적어놨지요.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인용문는 미국인들이 기존의 미디어 산업(주로 TV산업)을 외면하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유통산업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 미디어 산업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놓은 부분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알다시피 슈퍼마켓의 진열대에 오른 상품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이다. 슈퍼마켓 또는 더 나아가 세계적 대형 체인인 월마트나 코스트코의 진열대에 오르면 수백만의 고객에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구매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온라인 소매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소비 대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 상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상점에 제품을 들인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 셈이다.
상품을 진열대에 올리기 전 대형 소매업자들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 협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개의 상품을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다. 지난 100년간 P&G 등의 소비재 기업과 네슬레 등의 식품 기업들은 소수의 상품만 판매하던 작은 회사에서 수십 개의 유명 브랜드와 수천 개의 상품을 보유한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에서 자체 개발한 상품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흡수한 것이다. 이런 대기업은 타이드(Tide) 세제나 킷캣(Kit Kats)같은 자사 대표 상품의 인지도를 이용해 소매점 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신상품이나 덜 알려진 상품까지 밀어 넣는다.
마트도 가만히 자리만 지켰던 것은 아니다. 상품 제조 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인수, 합병, 성장을 통해 새로운 체인점과 장소를 점유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였지만, 공급 업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마트 업체는 자신들의 이점을 활용해 시장의 반응을 거치지 못한 신제품의 개수를 제한하거나 낮은 가격에 상품을 들여오는 등 유리한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 이처럼 제조사와 판매사가 몸집을 키워 상대를 이기기 위해 팔씨름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협상이 몇 차례나 이어진다.
정리하자면, 유통 산업에서 상품을 다루는 플랫폼(대형 소매업자)들은 상품 제조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유통 채널을 소유하길 원합니다. '우리 마트가 우리나라 전체에 널려있으니, 우리 마트에 납품하고 싶으면 단가를 낮춰!'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원할겁니다. 이와 같은 것이 미디어 산업에도 적용됩니다. 컨텐츠를 다루는 플랫폼(방송사)들은 컨텐츠 제작사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컨텐츠 유통 채널을 소유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잘 성공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지나치게 많은 채널을 가졌을 때 일어납니다. 소비자로서는 선택권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죠. 거대 방송사가 사람들이 시청할 프로그램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방송사는 매스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오며 거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죠.
소비자로서 질색인 상황이 이어지던 중 인터넷이 발전하고, 유튜브도 등장합니다. 그곳에는 권력을 휘두르는 게이트키퍼도 없었고, 소비자 스스로가 기획자이자, 감독이 되어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었습니다. TV에 질려버린 소비자들이 대거 유튜버로 발길을 돌린 것이죠.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해외 사례가 많아서 공감하면서 읽기는 힘든 점이 있지만, 읽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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